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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2월 06, 2010

방귀는 ‘대장활동 정상’이라는 신호


[조인스]
기사
나도 한마디 (1)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우리, 방귀 튼 사이야.” 요즘 연인들 사이에서 친밀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선 여자 출연자들이 남편 앞에서 방귀를 참기 위해 고생한 에피소드로 웃음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처럼 웬만큼 친밀한 사이가 아니면 감추고 싶은 게 바로 방귀다. 그러나 방귀는 정상적으로 창자가 활동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다. 여자는 방귀를 뀌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오히려 여자들이 남자보다 방귀를 더 많이 뀐다는 보고도 있다. 평균적으로 어른은 보통 하루에 5~20번 방귀를 뀌며 한 번에 25~100mL의 가스를 방출한다고 한다.

방귀로 나오는 가스는 음식을 삼킬 때 들어오는 공기가 일부 포함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온 여러 가지 음식물이 대장 내에 살고 있는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발생한다. 대장에서 생기는 가스의 대부분은 수소와 이산화탄소인데, 주로 탄수화물 섭취로 발생한다. 양파·아스파라거스, 보리나 밀 같은 곡류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소장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대장으로 넘어온다. 사탕이나 껌에 많은 자일리톨, 소비톨은 소장에 이들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대장으로 넘어온다. 탄수화물이 대장으로 넘어오면 대장에서 많은 양의 수소,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지만 이 가스들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방귀에서 냄새가 나는 경우는 대장에서 만들어지는 가스의 1%에 해당하는 유황이 함유된 가스(황화수소·메탄가스·암모니아·지방산) 때문이다. 유황성분은 브로콜리, 양배추, 견과류에 많이 들어 있다. 빵이나 맥주에 첨가물로도 잘 들어간다. 유황성분은 메티오닌, 시스테인 같은 아미노산에도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 후에 냄새가 심한 방귀가 생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도둑방귀’는 유황성분이 소량씩 나오는 경우로,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나오는 ‘대포방귀’보다 냄새가 고약한 경우가 많다.

음식물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 당뇨병 약이나 비만 치료제가 방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들 약물은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막는 작용기전 때문에 가스가 많이 생긴다.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해 장내의 정상 세균들이 감소하는 것도 방귀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귀가 많이 나오거나 냄새가 심해도 질병 때문인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복통, 식욕감소, 체중감소, 변비나 설사가 동반된 경우라면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대장암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심한 경우에는 메탄가스가 더 많이 방출된다는 보고도 있다.

방귀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식사할 때 쩝쩝거리거나 국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소리 나는 방귀를 줄이기 위해서는 채소·보리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냄새 나는 방귀를 줄이기 위해서는 육류·맥주 등의 섭취를 줄인다. 요구르트 등 유산균이 풍부한 식품을 먹으면 장내의 나쁜 세균이 감소하고 정상 세균이 증가해 가스 생산이 적어질 수 있다. 악취가 심한 경우는 비스무스란 약물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 약은 황화수소 같은 악취를 내는 물질과 결합해 악취를 9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숯을 넣어 악취를 흡수하는 내의(內衣) 혹은 패드도 판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알려진 게 없다. 이렇게 불편한 방귀도 너무나 반가운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장운동이 돌아왔는지를 방귀로 판단한다. 방귀가 나와야 식사를 하도록 하는데, 이는 청진기로 장음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신뢰성이 높다고 한다. 오늘도 외과 병실에서는 간호사가 수술받은 환자가 방귀 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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