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상형문자를 조형언어로 재창조|미화랑의 김태정전·갤러리 블루의 페렌치 괴괴스전
1989년 11월 07일 [18면] 기고자 : 이창우
문자와 회화의 접목을 시도한 동·서양 두 화가의 작품전이 나란히 열려 좋은 대비를 이룬다. 8일부터 19일까지 미화랑에서 열리는 김태정전과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블루에서 계속되는 헝가리화가 페렌치 괴괴스전-.
두 작가 모두 고대 상형문자에서 이미지를 얻어 이를 형상화함으로써 각기 독창적인 그림세계를 이뤄냈다.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체계인 상형문자는 이들의 손을 거치면서 다시 새로운 조형·상징언어로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은 발상과 출발만 비슷할 뿐 캔버스 위에 표현된 세계는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
김태정씨(52)의 작품은 마치 선사시대 암벽에 새겨진 선각화를 연상케 한다. 은은하고 유현한 바탕에 낙서처럼 자유분방하게 새겨진 선묘들은 우리를 태고의 자연으로 회귀시킨다는 평을 받고있다. 김씨는 본래 중견서예가다. 국전에서 8번이나 입선했을 만큼 서예에 경륜과 실력을 쌓았다.
그는 지난 79년 미국출장 중 여러 박물관·미술관을 돌아보다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으며 무릎을 쳤다.
가장 간단한 상형문자(기호)를 통해 한글과 한문을 모르는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이후 7년여 동안 미국의 시카고 예술연구소에서 현대미술과 문자학을, 대만의 중국예술대학원에서 고대문자를 연구하는 등 새로운 창작세계를 찾기 위해 방황했다.
결국 그가 찾아낸 것은 『자연의 모든 동세를 스스로 간략한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마치 어린이들의 신나는 낙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서예를 떠난 지 8년만인 지난 87년 현대미술초대전에 첫 작품 『유간예인』을 발표, 화단을 놀라게 했다. 그의 독특한 표현방법과 예술성은 새로운 한국미의 탄생으로 평가받았다.
김씨는 『가장 순수한 상태로 자연의 동세를 낙서하듯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며 서화동원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해 5월 첫 개인전 이후 그린 신작 30여점을 선보이는데 초기작품에 비해 좀더 회화적인 면이 강조됐다.
페렌치 괴괴스(53)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새롭게 구도화 한 후기모더니즘계열의 작가다.
그의 작품은 검고 굵은 선을 주조로 한 기하학적 구도로 자신의 정신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특히 강렬한 원색의 색채감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지난 3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출생한 괴괴스는 57년 네덜란드로 망명해 아르넴국립미술학교를 나왔다. 63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여러 세계아트페어에 참가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수면 위의 파문이 결국 무형태로 소멸되듯 인간의 원초적 본질을 회복하자』고 말한다.
이는 마치 김씨가 『원초적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의 만남으로 그림을 낳는다』고 강조한 「자연회귀」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모도 보이고 있다.
두 작가의 스케치수첩을 들여다 보면 매우 비슷한 형태의 새로운 상형문자가 실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과 같은 문자의 회화화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암 이응노 화백 등이, 서양에서는 스페인화가 호안미로가 캘리그라피운동을 통해 시도한바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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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화랑|「국제화 시대」발맞춘다
1991년 02월 18일 [11면] 기고자 : 이창이
해외미술품의 수입개방시대를 맞아 국내 화랑들이 서서히 국제적 화랑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외국 유명작가의 전시회를 유치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시장에 작품을 팔기 시작했으며 국제미술제에 대거 참가하고 외국 유명화랑과 전속작가 교환전을 여는 등 여러 방법으로 국제화를 도모하고 있다.
국내 화랑의 이같은 국제화추세는 앞으로 우리 작가들을 외국에 소개·수출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손갤러리는 지난 89년 미국 뉴욕의 유명한 화상인 레오 카스텔리화랑과 손잡고 프랭크 스텔라전시회를 열었다.
이 갤러리는 당시 5만6천 달러를 주고 샀던 조각『글롄셔의 소녀」를 지난해 일본화랑에 12만달러에 수출함으로써 국제화의 가능성을 보였었다.
두손갤러리는 요즘(28일까지)미국의 세계적 거장인 로버트 라우센버그와 프랭크스텔라의 2인전을 열고 있는데 출품작의 해외수출권도 확보했다.
또 3월5일부터 23일까지 여는 이탈리아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기수인 미모 팔라니노의 경우, 국내전시회이후 오는 10월게 우리측 주관으로 일본 도쿄의 시세이도 화랑에서 순회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밖에 오는 5월10∼25일 열 예정인 미국의 조각가 브라이언 헌트전시회의 경우는 작가가 두손갤러리에 3∼4점의 신작을 제공함으로써 이 작품에 대한 세계판권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최근(1월 30일∼2월 12일)「프랑스 자유구상주의전」을 개최했던 갤러리 블루도 이미 89년에 로베르 콩바스와 직접 접촉, 그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으며 이듬해 열렸던 스톡홀름 아트페어에 그의 작품을 출품, 2∼3배의 값에 되팔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외국작가전시회는 대부분 국내화랑들이 외국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해 국내 애호가들에게 파는 형식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국내화랑들이 외국작가나 화랑과 협의해 작품을 직접 유치해 전시하고 외국에 재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외국의 유명한 미술잡지인『아트 인 아메리카』『아트뉴스』등에 국내 화랑들의 광고가 부쩍 많이 실리고 있는 점도 이같은 경향을 잘 대변해준다.
국내화랑들이 국내 미술잡지보다 5∼1배정도 높은 값을 내고 광고를 싣는것은 국제시장에 자신들의 화랑이름을 알리고 외국화랑과의 거래에 신뢰도를 쌓기 위한 것이다.
한편 오는 3월29일부터 4월3일까지 일본의 도쿄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제2회 도쿄아트페어에는 국제아트페어 참가사상 가장 큰 규모인 국내 10개 화랑이 참가, 국제무대를 향한 열기를 더해주고 있다.
참가 예정 화랑은 갤러리블루·두손갤러리·미화랑·서림화랑·아나갤러리·유나화랑·이 목화랑·진화랑·한국화랑·현화랑 등. 지난해엔 미화랑·아나갤러리·진화랑 등 세 화랑만 참가했었다.
올해 도쿄아트페어에는 프랑스의 르몽화랑, 미국의 레오 카스텔리화랑, 독일의 하인츠 홀트만화랑 등 18개국의 유명한 화랑들이 대거 참가 신청서를 냈다.
또한 국내 일부 화랑이 외국의 유명한 화랑과 손잡고 전속작가의 교환전을 펴고 있다.
지난해 LA아트페어를 계기로 만난 선화랑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코리화랑은 선화랑의 전속작가인 재미작가 곽훈씨와 맥코리화랑의 시드니 볼 교환 전시회를 각각 열었었다.
선화랑은 또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살라 파레스화랑과 교환전을 갖기로 계약, 내년 9월 바르셀로나 올림픽기간 중 곽훈씨의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창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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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현대미술 컬렉션」개최 피카소·클라베그림 전시
1991년 09월 25일 [14면]
○…해외미술 전문화랑인 화인갤러리(514-8906)가 「91 현대미술 컬렉션」전을 10월2일까지 열고있다.
이 전시회에는 화인갤러리가 지난 4년동안 수집해온 파카소·타피에스·클라베등의 유화·판화·도자기등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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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을 미술의 거리로"
1991년 06월 24일 [15면]
「청담동을 인사동에 버금가는 미술의 거리로 만들자.」
서울 강남의 새로운 화랑 중심가로 떠오른 청담동의 화랑들이 주민들과 함께 이색 미술축제 「제1회 청담미술제」를 연다. .
7월4∼13일 열리는 이 미술제에는 11개 화랑들이 같은 기간동안 일제히 전시회를 열고 관람객들에게 캐털로그와 음료수는 물론 작가그림이 든 티셔츠(서림화랑)·손수건(수병화랑)을 무료 제공한다.
또 작가가 직접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샘터·화신화랑) 판화작품을 염가에 판매한다(맥 화랑).
7월4일 오후 5시 음식점「대가」앞마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떡·막걸리 등을 마련해놓고 행위미술에 이어 주민들과 작가들이 공동으로 대형화면(3×2.5m) 두 개 위에 「청담동 사람들」이란 주제로 현장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미술제 참가화랑·초대작가는 다음과 같다.
갤러리 맥(손기덕) 샘터화랑(안창홍) 이목화랑(홍창용) 유나화랑(이호중) 서림화랑(김병종) 서미화랑(설원기) 박여숙 화랑(프랭크 스텔라) 평화랑(이민경·신장식·김용철·정미영) 수범화랑(박현규) 화인갤러리(정일) 조선화랑(김영일·김테레사·김유선·전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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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화제 최신 불 미술 자유구상주의전
1991년 01월 30일 [12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최신 미술조류인 자유구상주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프랑스 자유구상주의전」이 30일∼2월12일 화인갤러리(3658906)와 평화랑(3456961)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프랑스자 유구상주의와의 대표적 작가인 로베르 콩바스, 프랑수아 브와롱,에르베 디 로자 등 3명의 최근작 60여점이 선보인다.
자유구상주의는 80년대 들어 30대 초반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미술조류. 이들은 미니멀리즘 등 당시까지 풍미하던 개념주의 미술에 반발, 회화적 이미지와 새로운 감수성의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영화나 만화등 대중매체적 표현을 회화에 받아들이면서 매우 거칠고 저속하며 과장된 표현으로 기존 미술계에 충격을 던졌다.
일부 작품들은 차마 눈뜨고 볼수 없을 정도로 「퇴폐적」 형상을 담기도 했다.
초창기에 이 같은 저속성으로 외면받던 자유구상주의는 곧 기존질서를 무너뜨리는 솔직함과 대담함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콩바스는 굵은 선과 화려한 색채로 기이한 형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브와롱은 영화화면과 같은 테두리 속에 온갖 문화적 기호물을, 디 로자는 만화적 형상을 장난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국내에 이들의 작품이 몇점씩 소개된 것은 불과 1∼2년 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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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현대미술 작가8명 소장전|1회 한국선면전에 90여명 출품
1990년 06월 26일 [11면]
○…앤디 워홀·조제프보이스·케이스 해링등 구미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 8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현대미술소장전이 7월7일까지 화인갤러리(액8906)에서 열린다.
화인갤러리가 개관기념으로 마련한 이 전시회는 비록 1∼2점씩이지만 그동안 자료를 통해서만 접할수 있었던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처음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작가는 이밖에 카렐 아펠·로베르 콩바스·피에르 알레킨스키·헤르브 디 로자·프랑수아 브와스롱.
화인갤러리는 앞으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국내신진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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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미술품 가격동향 한눈에
1990년 04월 03일 [11면] 기고자 : 이창우
해외미술품의 완전개방(91년)을 앞두고 몇몇 화랑들이 해외미술품 가격정보를 담은 간행물을 출간하고 있다.
해외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갤러리 블루(대표 서성대)는 최근 소더비·크리스티등 세계유명 경매회사들의 최신 경매정보를 담은 『GBI』(Gallery Blue Information)를 출간했다.
또 가나화랑(대표 이호재)이 발행하고 있는 격월간 미술전문지 『가나아트』도 올해부터 해외미술품 경매정보란을 신설했다.
이같은 해외미술품의 경매정보는 외국미술시장의 거래현황과 가격변동에 어두운 국내 실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2∼3년전부터 해외미술품 수입이 점차 늘고 있고 올해 조각에 이어 내년에 회화까지 수입이 자유화되는데, 국내에는 어느 외국작가의 어떤 작품이 얼마에 거래되고 또 어떻게 오르내리는지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해외미술품의 가격이 일주일후를 예측할수 없을 정도로 변동하고 있는 실정에서 최신정보에 대한 필요성이 시급하다.
이때문에 국내에서는 일부 해외미술품이 수입가의 몇배씩에 거래되기도한다.
최근 한 화랑은 모 프랑스작가의 판화 한점을 2천여만원에 팔았다가 뒤늦게 이 작품의 현지가격이 2백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고객의 항의를 받고 작품값을 되돌려주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외국 화상이 국내에 해외미술품을 수출할때는 보통 20∼30%의 마진을 얹어팔라고 요구하는 것이 관례. 그러나 국내 일부 화랑들은 두배가량의 마진을 올려받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도 해외미술품 수입이 개방된 60년대초 이같은 거래상의 혼란이 극심했었다. 각 화랑들과 수집가들이 외국작품을 선별치않고 무더기로 긁어모았기 때문에 한때 「쓰레기 처리장」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GBI』는 첫호에서 「해외유망작가」로 프랑스의 자유구상주의파의 기수로 베르 콩바스의 최근 작품들을 소개하고 올2월의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경매된 작품들과 낙찰가격을 실었다.
총50여쪽에 올 컬러로 인쇄된 이 정보지는 앞으로 격월간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 우선 1천부를 발간해 각 화랑과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되었으나 곧 정기간행물로 등록해 일반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갤러리 블루측은 직접 외국의 유명한 경매및 아트페어에 참가해오면서 정확한 거래 자료를 입수하고 있다.
이 화랑대표 서성대씨는 『처음이라서 충분한 자료를 싣지 못했지만 해외미술품의 가격동향은 어느정도 가늠할수 있을것』이라고 말하고 『이제는 해외미술품의 수입을 일반상품수입과는 달리 외국의 문화재를 우리가 확보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가나아트』의 편집인인 윤범모씨(미술 평론가)도 『국내미술시장의 국제화를 앞두고 해외미술품의 정확한 가격정보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 경매회사의 경매정보지를 입수해 옮겨싣고있다』고 밝히고 『앞으로 경매정보란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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