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차에 미사일에, 명품 무기 많은데 국가 마케팅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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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8)
2009.11.24 11:26 입력 / 2009.11.24 15:05 수정
수출로 눈 돌리는 국내 방위산업"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1. 지난달 서울 도심에서 치러진 국군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 육군의 차기 주력전차 K-2 ‘흑표’가 첫선을 보였다. 국방과학연구원(ADD)이 개발한 이 전차는 자동장전장치가 달린 120㎜ 활강포와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능동방어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폭발탄을 사용해 헬기와도 교전할 수 있고, 전투기에나 달려 있던 피아식별장치 등이 갖춰져 있는 등 전 세계에 실전 배치된 전차 중 가장 앞선 성능을 자랑한다”고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은 설명했다. 이 전차는 엔진부터 주포까지 모두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 외국기술이 들어간 무기는 수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수입대체 효과와 기술축적은 물론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다. ADD와 현대로템의 기대는 올해 터키와 4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첫 결실을 거두었다.#2.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 군용 전자장비를 만드는 한 방산업체는 요즘 대규모 통신장비 수출 계약을 마무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산물자라는 특성상 대상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 10년간 군용통신장비 수출액(6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1970년대 미군의 구형 무전기를 뜯어보며 시작됐던 국내 기술이 본격적인 수출을 내다볼 만큼 부쩍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국산 무기를 외국에 수출했다는 뉴스가 부쩍 늘고 있다. 중소기업인 코리아일레콤은 16일 중동의 한 국가와 2000억원 규모의 대대급 과학화 전장 훈련장비(마일즈) 수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총기에 레이저 장치를 달아 실탄을 쏘지 않고도 실전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독일의 잠수함 장비회사인 아틀라스에 760억원 규모의 잠수함용 전투시스템 수출 계약을 했다. 두산DST도 올 들어 이라크, 동남아 국가와 잇따라 차륜형 장갑차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자주포와 장갑차, 기본 훈련기 등도 이미 외국 군대에서 쓰이고 있다. 이원희 KOTRA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총괄기획팀장은 “2000년대 초반 2억~3억 달러에 불과하던 방산 수출이 몇 년 전 10억 달러대로 늘어난 뒤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세계 15위권인 수출액을 2012년 10위권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K-2 전차는 너트 하나까지 국산화한국의 군수산업은 70년대 초반 박정희 정부가 ‘자주국방’을 모토로 내걸고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며 시작됐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미제 소총을 뜯어보며 역설계(리버스 엔지니어링)를 했지만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80년대 초반 제공호 전투기(F-5F) 조립생산, K-55 면허 생산 등을 시작했지만 외국의 설계도와 핵심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수출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기본 설계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가진 해외업체가 눈을 부라리며 문단속을 했다. 75년 소총용 탄약 47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며 국제 무기시장에 ‘신고’를 했지만 90년대 후반에야 간신히 1억 달러를 넘길 정도로 증가세가 더뎠다. 수입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많았다. 방산부문의 무역역조가 심각했고, 한국의 군수시장은 전 세계 방산업체들의 안방이 됐다. 사정이 바뀐 것은 2000년대부터다. 외국 무기를 국내 생산한 경험이 쌓이며 독자개발 능력이 생겼다. 소재와 부품·전자·기계 등 연관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국산무기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ADD가 지난해 선정한 ‘10대 국산 명품 무기’엔 K-2 전차와 K-9 ‘썬더’ 자주포 등 지상장비, KT-1 기본 훈련기와 T-50 고등 훈련기 등 항공기, KD-3 구축함과 독도함 등 함정, 크루즈미사일과 신궁 대공 유도탄, 해성 함대함 미사일, 백상어·청상어 어뢰 등 유도무기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웬만한 선진국들도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도입해 쓰고 있는 장비가 적지 않다. 주력 전차인 K-2만 해도 미국 기술에 바탕을 두었던 K-1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전차다. 현재 육군 기갑전력의 중추인 K-1은 독일제 엔진과 트랜스미션, 미국제 주포와 화력통제장치(FCS)를 달았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해외업체에 일일이 기술료를 지불하고 생산해야 했다. K-2는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모두 국산화했다. 155㎜자주포인 썬더는 2004년 일찌감치 터키에 수출됐다. 85년 미국제 M-109자주포를 K-55란 이름으로 면허생산하기 시작한지 10여 년 만인 99년 개발에 성공했다. 국산 차체와 대포, 로켓추진탄를 채용해 현용 자주포 중 가장 긴 50㎞ 이상의 사정거리를 자랑한다. 자동급탄 및 장전장치와 최신 사격통제장치를 갖춰 정지 후 1분 내에 첫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터키 육군은 이 자주포를 T-155 ‘피르티나’라는 이름으로 채용해 336대를 보유하고 있다. ‘골든 이글’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T-50 고등훈련기는 2001년 개발됐다. 마하 1.5의 속도를 낼 수 있고 디지털 비행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공격기로 쓸 수도 있다. 도입을 타진하는 일부 국가에서 ‘훈련기 치곤 스펙이 좀 오버 아니냐’고 할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지스함인 KD-3 구축함은 해외에서 순양함으로 분류할 만큼 무장 탑재능력과 성능이 뛰어나다. 최근 공개된 K-11 복합형 차세대 소총도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소총탄과 20㎜ 유탄을 함께 쏠 수 있고, 야간 투시와 거리 측정, 탄도 계산 기능이 있는 조준기가 달려 있다. 이 소총을 만드는 S&T 대우 관계자는 “베트남 파병 때 미국이 건네준 M-16 소총을 보고 신기해하던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며 “산업 전반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방위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기술 축적·신무기 개발·수출 촉진, 선순환 가능방산 수출이 느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규모의 경제’다.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데엔 막대한 돈이 든다. 초강대국 미국도 차세대 전투기인 F-35 개발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영국 등 8개국과 공동 개발에 나섰을 정도다. 소총이나 기관총이면 몰라도 전차 등 고가의 장비를 내수만 바라보고 생산할 수는 없게 됐다. 무기가 비싸지면 사용기간도 늘어나 주문 간격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방산업계가 ‘산업’으로 존속하려면 수출이 필수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개발한 장비를 10년간 생산하고 공장문을 닫으면 기술과 일자리가 함께 사라진다”며 “국내 수요가 없는 기간을 수출이 메워 주면 기술 축적과 새로운 장비 개발, 수출 촉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급속히 높아진 것도 큰 힘이 됐다. 무기를 파는 데엔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면에서의 뒷받침이 필수다. 무기가 한 나라 기술수준의 집약체라면 무기 수출은 국가 마케팅 능력이 시험받는 무대라는 얘기다. 한 방산업체의 수출 담당자는 “경제력 신장에 힘입어 외교력이 강화되고 한류 등 문화 콘텐트까지 확산되면서 고객 국가의 태도가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방산 수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 등 무기수출 대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들 국가는 수십 년 전부터 정부 차원의 지원기구를 만들어 조직적인 해외 마케팅 노력을 해왔다. 한국은 지난달 KOTRA에 지원센터를 만들고 지난 15일 대통령 훈령으로 ‘정부 보증 거래’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등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해외의 잠재수요 품목과 국내 방산 품목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중국과는 가격 경쟁을, 선진국과는 품질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동남아·중동 등 틈새시장을 먼저 뚫고 차츰 시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며 “정부 보증 등 외교적 뒷받침과 금융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현수 방위사업청 국제방산협력과장은 “방위산업은 수입 대체와 기술 축적, 수출 등 3박자를 갖춘 효자품목이 될 잠재력이 크다”며 “국방과 산업의 두 측면을 모두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출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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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11:26 입력 / 2009.11.24 15:05 수정
수출로 눈 돌리는 국내 방위산업"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1. 지난달 서울 도심에서 치러진 국군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 육군의 차기 주력전차 K-2 ‘흑표’가 첫선을 보였다. 국방과학연구원(ADD)이 개발한 이 전차는 자동장전장치가 달린 120㎜ 활강포와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능동방어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폭발탄을 사용해 헬기와도 교전할 수 있고, 전투기에나 달려 있던 피아식별장치 등이 갖춰져 있는 등 전 세계에 실전 배치된 전차 중 가장 앞선 성능을 자랑한다”고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은 설명했다. 이 전차는 엔진부터 주포까지 모두 100%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 외국기술이 들어간 무기는 수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수입대체 효과와 기술축적은 물론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다. ADD와 현대로템의 기대는 올해 터키와 4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첫 결실을 거두었다.#2.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 군용 전자장비를 만드는 한 방산업체는 요즘 대규모 통신장비 수출 계약을 마무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산물자라는 특성상 대상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 10년간 군용통신장비 수출액(6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1970년대 미군의 구형 무전기를 뜯어보며 시작됐던 국내 기술이 본격적인 수출을 내다볼 만큼 부쩍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국산 무기를 외국에 수출했다는 뉴스가 부쩍 늘고 있다. 중소기업인 코리아일레콤은 16일 중동의 한 국가와 2000억원 규모의 대대급 과학화 전장 훈련장비(마일즈) 수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총기에 레이저 장치를 달아 실탄을 쏘지 않고도 실전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독일의 잠수함 장비회사인 아틀라스에 760억원 규모의 잠수함용 전투시스템 수출 계약을 했다. 두산DST도 올 들어 이라크, 동남아 국가와 잇따라 차륜형 장갑차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자주포와 장갑차, 기본 훈련기 등도 이미 외국 군대에서 쓰이고 있다. 이원희 KOTRA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총괄기획팀장은 “2000년대 초반 2억~3억 달러에 불과하던 방산 수출이 몇 년 전 10억 달러대로 늘어난 뒤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세계 15위권인 수출액을 2012년 10위권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K-2 전차는 너트 하나까지 국산화한국의 군수산업은 70년대 초반 박정희 정부가 ‘자주국방’을 모토로 내걸고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며 시작됐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미제 소총을 뜯어보며 역설계(리버스 엔지니어링)를 했지만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80년대 초반 제공호 전투기(F-5F) 조립생산, K-55 면허 생산 등을 시작했지만 외국의 설계도와 핵심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수출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기본 설계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가진 해외업체가 눈을 부라리며 문단속을 했다. 75년 소총용 탄약 47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며 국제 무기시장에 ‘신고’를 했지만 90년대 후반에야 간신히 1억 달러를 넘길 정도로 증가세가 더뎠다. 수입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많았다. 방산부문의 무역역조가 심각했고, 한국의 군수시장은 전 세계 방산업체들의 안방이 됐다. 사정이 바뀐 것은 2000년대부터다. 외국 무기를 국내 생산한 경험이 쌓이며 독자개발 능력이 생겼다. 소재와 부품·전자·기계 등 연관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국산무기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ADD가 지난해 선정한 ‘10대 국산 명품 무기’엔 K-2 전차와 K-9 ‘썬더’ 자주포 등 지상장비, KT-1 기본 훈련기와 T-50 고등 훈련기 등 항공기, KD-3 구축함과 독도함 등 함정, 크루즈미사일과 신궁 대공 유도탄, 해성 함대함 미사일, 백상어·청상어 어뢰 등 유도무기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웬만한 선진국들도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도입해 쓰고 있는 장비가 적지 않다. 주력 전차인 K-2만 해도 미국 기술에 바탕을 두었던 K-1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전차다. 현재 육군 기갑전력의 중추인 K-1은 독일제 엔진과 트랜스미션, 미국제 주포와 화력통제장치(FCS)를 달았다.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해외업체에 일일이 기술료를 지불하고 생산해야 했다. K-2는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모두 국산화했다. 155㎜자주포인 썬더는 2004년 일찌감치 터키에 수출됐다. 85년 미국제 M-109자주포를 K-55란 이름으로 면허생산하기 시작한지 10여 년 만인 99년 개발에 성공했다. 국산 차체와 대포, 로켓추진탄를 채용해 현용 자주포 중 가장 긴 50㎞ 이상의 사정거리를 자랑한다. 자동급탄 및 장전장치와 최신 사격통제장치를 갖춰 정지 후 1분 내에 첫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터키 육군은 이 자주포를 T-155 ‘피르티나’라는 이름으로 채용해 336대를 보유하고 있다. ‘골든 이글’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T-50 고등훈련기는 2001년 개발됐다. 마하 1.5의 속도를 낼 수 있고 디지털 비행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공격기로 쓸 수도 있다. 도입을 타진하는 일부 국가에서 ‘훈련기 치곤 스펙이 좀 오버 아니냐’고 할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이지스함인 KD-3 구축함은 해외에서 순양함으로 분류할 만큼 무장 탑재능력과 성능이 뛰어나다. 최근 공개된 K-11 복합형 차세대 소총도 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소총탄과 20㎜ 유탄을 함께 쏠 수 있고, 야간 투시와 거리 측정, 탄도 계산 기능이 있는 조준기가 달려 있다. 이 소총을 만드는 S&T 대우 관계자는 “베트남 파병 때 미국이 건네준 M-16 소총을 보고 신기해하던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며 “산업 전반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방위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기술 축적·신무기 개발·수출 촉진, 선순환 가능방산 수출이 느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규모의 경제’다.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데엔 막대한 돈이 든다. 초강대국 미국도 차세대 전투기인 F-35 개발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영국 등 8개국과 공동 개발에 나섰을 정도다. 소총이나 기관총이면 몰라도 전차 등 고가의 장비를 내수만 바라보고 생산할 수는 없게 됐다. 무기가 비싸지면 사용기간도 늘어나 주문 간격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방산업계가 ‘산업’으로 존속하려면 수출이 필수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0년간 개발한 장비를 10년간 생산하고 공장문을 닫으면 기술과 일자리가 함께 사라진다”며 “국내 수요가 없는 기간을 수출이 메워 주면 기술 축적과 새로운 장비 개발, 수출 촉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급속히 높아진 것도 큰 힘이 됐다. 무기를 파는 데엔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면에서의 뒷받침이 필수다. 무기가 한 나라 기술수준의 집약체라면 무기 수출은 국가 마케팅 능력이 시험받는 무대라는 얘기다. 한 방산업체의 수출 담당자는 “경제력 신장에 힘입어 외교력이 강화되고 한류 등 문화 콘텐트까지 확산되면서 고객 국가의 태도가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방산 수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 등 무기수출 대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들 국가는 수십 년 전부터 정부 차원의 지원기구를 만들어 조직적인 해외 마케팅 노력을 해왔다. 한국은 지난달 KOTRA에 지원센터를 만들고 지난 15일 대통령 훈령으로 ‘정부 보증 거래’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등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해외의 잠재수요 품목과 국내 방산 품목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중국과는 가격 경쟁을, 선진국과는 품질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동남아·중동 등 틈새시장을 먼저 뚫고 차츰 시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며 “정부 보증 등 외교적 뒷받침과 금융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현수 방위사업청 국제방산협력과장은 “방위산업은 수입 대체와 기술 축적, 수출 등 3박자를 갖춘 효자품목이 될 잠재력이 크다”며 “국방과 산업의 두 측면을 모두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출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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