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돋보기] 가스 취사 세트
찐밥은 옛말…가스로 밥지으니 윤기가 잘잘
이석종 기자 seokjong@dema.mil.kr
강달성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이 화신주방산업 공장에서 가스 취사세트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기스 자동 취반기
군대에서 먹는 밥을 ‘짬밥’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짬밥의 어원이 어디에서부터 유래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먹고 남은 밥을 의미하는 ‘잔반’이 변형됐다는 설도 있고, 군대 밥은 고압의 증기로 쪄서 만들기 때문에 ‘찐밥’이 변형돼 ‘짬밥’이 됐다는 설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조금은 부정적인 어감을 갖고 있는 ‘짬밥’이 이제는 단체급식을 아우르는 신조어 쯤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군대 밥은 더 이상 ‘짬밥’이라고 불리기엔 그 맛이나 조리법이 많이 달라져 있다.
과거 고압의 증기를 이용해 직사각형 모양의 금속 밧드에서 쪄내던 것이 최근에는 가스를 이용한 취사 방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기를 이용해 쪄낼 때보다 밥의 찰기나 윤기, 맛 등이 월등히 좋아졌다.
이런 가스 취사기구가 군에 도입된 건 2001년부터다.
이때부터 군은 가스자동취반기(자동밥솥), 회전식 국솥, 다용도 솥, 가스레인지, 보온배식대, 국 보온배식대, 부침기, 가스집합시설, 기화기 등 10개 구성품을 상황에 따라 조합한 가스 취사세트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든 구성품이 규격화돼 부대 규모에 따라 100명에서 600까지 100명 단위 6단계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밥을 짓는 가스자동취반기는 33ℓ짜리 밥솥 2개가 들어가 100명분의 밥을 한 번에 지을 수 있는 중형과 이 밥솥 3개가 들어간 150인분용 대형으로 나뉜다.
이 가스자동취반기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직화열에 의해 가마솥 같은 구수한 밥맛을 낸다는 것.
직화식 오븐 가열 구조로 윤기 있고 찰진 밥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강력한 화력 집중 방식으로 조리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스팀으로 밥을 짓기 위해선 취사 시작 1시간 전부터 보일러를 가동해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만들어야 했지만 이 가스자동취반기 도입 이후 이런 작업은 이제 필요없어졌다. 또 다양한 자동조절 기능이 있어 밥맛을 선택해 조리할 수 있고 수동취사 기능을 선택해 취사병이 미세하게 밥밧을 조절할 수도 있다.
취반기 앞면에는 조리기능 선택(소량, 표준, 연속, 잡곡 및 빵찜 등)이 가능하도록 디지털화된 LED 조작부가 장착돼 기능 선택은 물론 조리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자동으로 표시되며 각 단별로 별도 조작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자동 점화장치가 부착돼 있어 편리성을 더했고 정전 등에 대비해 수동 점화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으며 과열방지 장치, 정전 시 자동소화 장치, 점화 장치 등 각종 안전장치를 갖춰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밥과 함께 매일 장병들의 식탁에 오르는 국·찌개 등을 조리하기 위한 회전식 국솥 역시 사용하는 장병들이 쉽게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져 제작됐다.
회전식 국솥은 90ℓ짜리 소형과 150ℓ짜리 중형, 200ℓ짜리 대형 등 3종류로 구분되며 100인용 세트에는 중형 1개가 600인용 세트에는 대형 2개가 포함되는 등 각 단계별로 조합이 된다.
자동 점화장치가 장착돼 사용이 편리하며 점화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투시구가 있어 점화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전 등 정상작동 불가시 수동으로 점화가 가능하고 화력 조절도 가능하다.
국솥 몸체는 360도 회전되며 회전된 상태에서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도 갖추고 있어 협소한 장소에서의 수리나 사용 후 건조 시 편리함을 더했다.
각종 튀김·볶음·조림 등의 요리를 할 수 있는 다용도솥도 국솥과 비슷한 외형에 비슷한 용량이지만 내솥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솥은 스테인리스 내솥을 사용하지만 다용도솥은 주물솥을 내솥으로 사용한다.
이 외에도 가스레인지, 부침기, 보온배식대 등 가스 취사세트에 들어가는 10개의 구성품을 화신주방산업과 대성종합주방, 한신기업, 라니쎄인트웰 등 4개 업체가 제작해 각급 부대에 납품하고 있다.
강달성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은 “장병들이 보다 쉽고 안전하게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품 개선을 해 나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야전부대를 방문, 품질정보와 개선요구 사항을 수집해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생산 업체가 권하는 주물솥 길들이기-물·주방세제로 세척 후 가열해 건조해야
현재 군에 납품되는 다용도솥의 내솥은 주물솥으로 전통 가마솥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 솥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처음 들여왔을 때 길들이기를 잘해야 한다.
이 솥을 군에 납품하고 있는 화신주방산업 유광옥 부사장은 “부대에서 처음 길을 잘 들이지 못해 주물솥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물솥 길들이기 요령을 소개했다.
주물솥을 길들이기 위해선 우선 돼지비계, 마른행주, 철 수세미, 세제 등이 필요하다.
우선 물과 주방세제를 이용해 세척한 후 마른행주로 물기를 제거하고 즉시 버너에 불을 붙여 건조시겨야 한다.
이어 열가열 코팅을 위해 돼지비계 5kg이나 쇼팅 5ℓ 정도를 솥에 넣고 기름이 전체에 골고루 흡착되도록 문지르고 30분 정도 가열한 후 식힌다. 이 열가열 코팅 과정을 2~3회 반복하면 주물솥 길들이기는 끝.
유 부사장은 “초기 사용시 매일 음식물 조리 후 이 과정을 1주일 정도 반복해야 한다”며 “초기 길들이기를 한 후에도 다용도솥이 여러 대일 경우 튀김을 한 달 정도씩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면 길이 잘 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부사장은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주물솥은 쉽게 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천 화신주방산업 대표이사-장병들이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견고성에 더 신경
“아무래도 능숙하지 않은 장병들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병들에게 하루 세 차례 제공되는 식사를 만들기 위해 군에 보급된 가스 취사세트를 생산하는 4곳의 업체 중 대표격인 화신주방산업 이재천(사진) 대표이사는 “늘 내 자식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기구를 생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학교나 기업체 같은 곳의 급식 시설도 만들어 공급하지만 이런 곳은 주로 점심 한 끼만 제공하기도 하고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기구를 다루지만 군은 다르다”며 “하루 세 끼를 모두 제공해야 하고 평소 주방일을 해보지 않은 장병들이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과 견고성에 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이사는 “국내 단체급식용 조리기구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선도기업인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장인정신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회사가 보유한 특허만 6개이고 실용신안 27건, 디자인 4건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이사는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고 위생적인 주방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이를 위해 부대를 직접 방문하는 등 사용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기존 스팀을 이용한 조리기를 사용할 때에 비해 가스 취사세트는 주방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인력도 대폭 줄였다”며 “앞으로도 장병들이 보다 편리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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